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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억제력의 극치를 보여준 미국 ICBM의 끝판왕 / MX 피스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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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X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LGM-118A '피스키퍼' ICBM <출처: 미 공군>

 

 

 

개발의 역사

 

스푸트닉의 발사 이후 미국은 소련에게 ICBM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위기감에 의해 ICBM전력을 긴급하게 보강했다. 엄청난 개발속도로 1960년부터는 UGM-27 폴라리스 SLBM을, 1962년부터 LGM-30A 미니트맨 ICBM을 신속히 배치했지만 문제는 그 능력에 있었다. 일례로 미니트맨의 경우 공산원형오차가 무려 1.1~1.5km 정도로 정밀하지 않은데다가 탄두의 파괴력도 1메가톤 이하였기에 적의 미사일 사일로와 같은 강화표적에 대한 공격이 불가능했다. 결국 당시로서는 대군사표적에 대한 공격은 전략폭격기가 아니면 불가능했고 ICBM은 적의 핵공격 이후 반격을 위한 제2격(second strike) 전력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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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트맨 I 미사일은 정확도가 낮아 대군사표적 공격에는 그다지 유효하지 못했다. <출처: 미 공군>

 

 

 

그러나 무한정 전략폭격기 전력을 운용하는 것은 아무리 미국이라도 예산이 버텨내질 못했다. 맥나라마 국방장관은 점차 핵전력의 중점을 전략폭격기에서 ICBM으로 전환하였다. 문제는 ICBM에 어떻게 제1격의 능력을 부여하느냐의 문제였다. 결국 미니트맨 II에서 CEP를 600m로 줄이고 최대 8개의 표적을 사전에 지정가능하도록 만들고 나서야 ICBM 전력은 B-52 전략폭격기의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 그러나 낮은 가격으로 대량양산을 목표로 했던 미니트맨 만으로 앞으로 발달할 소련의 ICBM 전력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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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소련이 R-36 ICBM을 배치하자 미국도 초대형 ICBM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춣처: Public Domain>

 

 

맥나라마 장관은 미국의 모든 기술과 산업역량을 동원하여 소련을 능가하는 핵전력을 건설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차기 핵전력에 관한 극비연구인 "STRAT-X(Strategic Experimental)"가 1966년부터 실시되었다. 특히 1967년에 소련이 사상 최대의 ICBM인 R-36(NATO분류명 SS-9 스칼프 Scarp)을 배치하자 미국도 초대형 ICBM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이에 따라 ICBM-X(차기 대륙간탄도탄) 개념을 도출한 골든 애로우(Golden Arrow) 개발사업과 WS-120A AICBM(Advanced ICBM) 개발 등이 진행되었지만 예산의 제약으로 인하여 1970년까지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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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형 ICBM으로는 액체연료방식의 타이탄II가 1970년대까지도 사용되었다. <출처: 미 공군>

 

 

이러한 혼란 속에서 1971년 미 공군은 MX(Missile eXperimental) 사업을 시작했다. MX는 기존의 개발노력들을 하나로 합치자는 개념으로 시작되었다. 특히 다탄두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MIRV(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Reentry Vehicle, 다탄두 각개 재돌입체)에 정밀한 유도장치를 결합함으로써, 기존의 대형 액체연료 ICBM인 타이탄 II를 교체할 미사일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공군은 1971년 11월 'ROC보고서 16-71(ROC16-71)'을 통하여 새로운 미사일의 작전요구성능을 확정했고, 1972년 4월 공군본부는 새로운 미사일에 MX라는 공식명칭을 부여했으며, 1973년 2월 SAMSO(Space and Missile Systems Organization, 우주/미사일 체계국) 휘하에 MX 사업국을 창설했다. 1973년 말 MX는 드디어 개념연구계약이 체결되면서 드디어 공식적으로 사업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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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X 미사일의 개념도 <출처: 미 공군>

 

 

그러나 개발에는 많은 장애가 있었다. MX를 사일로에서 운용할 것이나 이동 플랫폼에서 할 것이냐를 놓고 공군, 국방부, 정치권의 요구가 서로 달랐다. 공군은 이동식 발사플랫폼에 반대했는데, 고가에 정밀도가 떨어지며 반응시간도 늦다는 이유였다. 국방부는 이동식 플랫폼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1974년 미니트맨의 공중발사실험을 실시하다가 1976년 슐레진저 국방장관에 들어서는 미니트맨의 사일로에서 발사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의회는 사일로 발사방식은 소련 ICBM 공격에 생존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예산의 할당을 거부했고, 고가의 공중발사 방식도 예산낭비를 이유를 예산을 삭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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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X는 개발초부터 생존성을 염두에 두어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하는 방안이 고려되었다. <출처: 미 공군>

 

 

이렇게 사업이 지연되는 사이 소련은 R-36M(NATO명 SS-18 사탄)을 배치하여 MIRV를 3개나 10개 탑재하고 다양한 목표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더 이상 신형 ICBM은 미룰 수 없는 일이 되면서 다행히도 MX 미사일 자체의 개발은 진행되어, 1978년 4~5월 사이 미사일의 개발업체로 마틴 마리에타(Martin Marietta)가, 추진체계 개발업체로는 티오콜(Martin Marietta), 에어로젯(Aerojet), 허큘리스(Aerojet), 로켓다인(Rocketdyne)의 4개사가 선정되어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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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X의 다중방호쉘터 설계안. 평시에는 수평으로 누워있다가 발사시에 수직으로 발사관을 올리는 방식이다. <출처: 미 공군>

 

 

하지만 핵전력 강화에 고심하던 카터 행정부는 결국 1979년 9월 MX의 본격적인 기술개발을 결정했다. 그간 연구된 MX의 운용기지 방안은 무려 40개였는데, 카터 행정부가 거의 끝나가던 시기가 되어서야 그 중에 다중방호쉘터(Multiple Protective Shelter, MPS)체계가 선정되었던 것이다. 대통령은 곧바로 레이건으로 바뀌었고, 소련과 본격적인 군비경쟁을 시작한 레이건은 MX를 좀 더 빨리 개발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MPS 운용계획은 1981년 10월 폐지되었고 기존의 타이탄 II나 미니트맨 사일로에서 발사하도록 계획이 바뀌었다. 이렇게 개발을 가속화시키면서 레이건은 MX 미사일을 "피스키퍼(Peacekeeper)"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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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키퍼 미사일의 콜드런칭 시험발사 장면 <출처: 미 공군>

 

 

MX는 1982년 1월경에는 대부분 지상시험이 완료되어 미사일의 4단 추진체 전부에 대한 추진시험과 콜드런칭시험까지 실시되었다. 그리고 1983년 6월 17일 MX는 반덴버그(Vandenberg) 공군기지에서 처음으로 시험발사되었으며, 미사일은 약 7,800km를 날아 6개의 재진입체를 태평양의 콰잘레인(Kwajalein) 미사일시험장에 투하하였다. 이후 공군은 12차례 시험비행을 추가로 실시한 이후에 1986년 12월에 MX를 LGM-118A '피스키퍼'라는 이름으로 실전배치하였다. 

 

 

 

MX 피스키퍼 미사일의 미 공군 소개영상 <출처: 유튜브>

 

 

특  징

 

LGM-118A 피스키퍼(이하 MX)는 4단추진의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1~3단까지는 고체연료 추진체로 상승단계에서 사용하지만, 상승 후 단계에서 쓰이는 4단은 액체연료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탄두부에는 모두 10개의 MIRV가 탑재되는데, 각 재진입체마다 독자적인 탄도비행경로를 설정할 수 있어 서로 다른 목표를 공격할 수 있다. 사정거리는 14,000km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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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M-118A 피스키퍼 미사일의 구성도 <출처: 미 공군>

 

 

MX는 미 공군의 ICBM 가운데 최초로 콜드런치(cold launch, 냉각발사)를 채택한 미사일이었다. 사일로에서 발사하므로 굳이 콜드런치를 채용할 필요가 없었지만 애초에 설계 당시에는 이동식이나 간이식 지상발사대에서 발사될 것을 예정했기 때문에 당연한 선택이었다. 추진체는 상승단계에서 모두 고체연료를 사용하는데, 1단 추진체에서는 조향형 단일노즐(steerable single nozzle)로 방향을 제어한다. 2단과 3단 추진체는 확장식 노즐 배출구(extendable nozzle exit cone)를 채용하여 고고도에서 노즐을 확장함으로써 추진력을 배가시키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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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X는 냉각발사 방식으로 발사되는 최초의 미 공군 ICBM이었다. <출처: 미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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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S 항법장치 <출처: Public Domain>

 

 

 

MX는 CEP가 100m 수준으로 미니트맨에 비하여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이는 AIRS(advanced inertial reference sphere) 관성항법장치를 장착한 것에 기인한다. AIRS는 1960년대 미 공군이 추진하던 SABRE(Self-Aligning Boost and RE-entry)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되었다. AIRS는 기계식 짐벌 장치가 아니라 탄화플루오르 용액에 구(球)형의 기계장치를 띄워 자세를 정확히 측정하는 '플림벌(FLMBAL; FLoated Measurement BAL)'을 사용하여, 대기권 재진입시 저항으로 인한 급격한 진동에도 정밀도를 유지할 수 있다. MX의 정밀도는 이후 유도장치의 추가 개량에 의하여 40m  수준까지 향상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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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장병들이 피스키퍼에 탑재하기 위하여 Mk 21 RV를 장착중이다. <출처: 미 공군>

 

 

M-X는 원래는 MIRV를 12개까지 장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전략무기감축협정(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START I)에 따라 미사일 1발에 탑재하는 RV가 10개로 제한됨에 따라 숫자를 줄인 것이다. RV로는 Mk 21 재진입체가 사용되는데, 알루미늄 구조에 그라파이트-에폭시 수지가 표피를 구성하며 방열판은 카본파이버/페놀수지로 만들어졌다. RV에는 W87 열핵탄두가 탑재되며, 파괴력은 300~475kt에 이른다.   

 

 

 

MX 피스키퍼 미사일의 발사장면 <출처: 유튜브>

 

 

운용현황

 

LGM-118A 피스키퍼는 1986년부터 실전배치되었다. 최초로 도입된 10발이 워렌 공군기지에서 IOC(Initional Operational Capacity, 초도작전능력)를 인증받으면서 가동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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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X는 초기에 100발의 실전배치를 목표로 했으나, 실제로는 1986년부터 모두 50발이 실전배치되었다. <출처: 미 공군>

 

 

미군이 도입한 MX의 전체 분량은 50발이다. MX는 최초 기획당시에는 타이탄 II 54발과 미니트맨 1,000발을 모두 교체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그러나 예산적 한계와 미소 군비감축협정 등 다양한 사정으로 인하여 100발을 실전배치하는 것으로 정해졌다가, 1984년 다시 50발로 또다시 배치수가 줄어들었다. 실전배치 미사일 수는 50발이지만 예비분과 시험개발용을 포함하여 1988년말까지 모두 114발의 MX가 생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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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X는 START II 협정에 따른 감축 대상으로 2005년 모두 퇴역했다. <출처: 미 공군>

 

 

MX는 발사에 별도의 플랫폼이나 시설을 사용하지 않고, 기존의 타이탄 II나 미니트맨 사일로를 사용하였다. 애초에 여러 개의 쉘터를 만들어놓고 차량으로 이동해 가면서 발사가 가능한 다중방호쉘터가 기지의 형태로 구상되었지만 비용과 시간의 문제로 구체화되지 못했다. 대신 1986년에는 MX를 미 공군 소속의 열차에 싣고 다니면서 이동식으로 발사하는 방안도 구상되었는데, 이 계획은 결국 냉전의 종식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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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한 MX의 발사체는 미노토어 우주발사체로 미 공군의 위성발사에 활용되고 있다.

사진은 2017년 8월에 발사된 미노토어IV 발사체로 MX 미사일을 개조한 모델이다. <출처: 미 공군>

 

 

이후 피스키퍼는 2000년대 초까지 현역을 지켰지만 운명은 거기까지였다. 1993년 체결한 START II(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II, 제2차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생산의 중단은 물론이고 현역에서 물러나서 해체되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더 이상 MX와 같은 강력한 핵미사일은 너무 과도하다고 판단하고 2003년부터 2005년까지 MX 미사일을 퇴역시켰다. 그리하여 미 공군은 2005년 9월 19일 워렌 공군기지의 제400 미사일대대에서 마지막 피스키퍼 미사일을 퇴역시키면서 MX의 운용을 종료했다. 이후 피스키퍼는 미노토어(Minotaur) 우주발사체로 개조되어 미 공군의 인공위성 발사에 활용되고 있다. 

 

제 원

추진방식: 고체연료 방식

추진체: 4단 추진 (3단 상승 + PBV) 

전장: 21.8 m

직경: 2.34 m

전체중량: 87,750 kg

탑재중량: 3,600 kg 

탑재탄두: Mk 21 MIRV + W87 열핵탄두(475kt) 10발 

최대사거리: 13,000 km 이상  

정점고도: 1,000 km 

CEP: 40~120 m

가격: 1발당 7,739만 불 (1982년 미화 기준)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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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 | Defense Analyst 

 

 

본 연재인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 중동지역에서 군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했다.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WMD 대응센터장으로 국방전략과 정책을 분석하는 한편,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과 신안산대 경호경찰행정학과의 겸임교수로 군사전략과 대테러실무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각군의 정책자문위원과 정부의 평가위원으로 국방정책에 관해 자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