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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와 국가안보 논의

 

 

코로나19 사태로 군 감염병 취약 구조 재확인 ‘미생물 전쟁·테러’ 우려 확산

미군, 수년 전 팬데믹 예상…전통적 안보 개념 고착 백악관·의회 경고 외면

군, 각국 방역현장서 결정적 기여…코로나 이후에도 국가 버팀목 위상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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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호(CVN-71) 모습. 최근 해당 항공모함 내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승조원 4800여 명 가운데 800여 명이 양성판정을 받았고, 지난 12일(현지시간)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의 발생과 세계적 확산으로 인류는 팬데믹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300만 명이 감염됐고 이 가운데 2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금지 조치로 인해 세계 경제는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미국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88만여 명의 감염자 가운데 현재 이미 5만여 명(4월 24일 기준)이 사망했다. 발병국인 중국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2000년 9·11사태 이후 미국의 안보위협은 테러집단이었다. ‘테러와의 전쟁’은 지난 20년간의 미국의 국방안보정책의 본질이었다. 테러 지원국을 응징하기 위해 시작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19년 동안 계속됐다. 이 전쟁에서 9000여 명의 군인과 1조 달러의 비용을 지불했다.

 

 

전쟁을 뛰어넘은 코로나 피해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5배나 많은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 사태로 직장을 잃거나 매출절벽에 허덕이는 미국인에게 지원되는 세금만 2조2000억 달러다. 수년 동안 경제 부진에 시달릴 것이고, 기업을 살리기 위해 지원해야 할 비용도 수십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코로나19가 발병한 지 단 석 달만의 일이다. 이러한 객관적 현실은 미국인이 봉착한 진정한 위협이 무엇인지에 대해 새롭게 고민하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란 이름으로 추진해 왔던 일들이, 오늘날 그들이 경험하고 있는 위협을 통제하는 데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큰 걱정은 미생물을 이용한 테러나 전쟁이다. 지난 23일 한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에 게재된 기사에 따르면 미 국방성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물학무기로 사용될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핵항공모함 루즈벨트호의 사례는 군이 감염병에 얼마나 취약한 구조인지를 잘 보여준다. 좁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해야 하는 군의 특성상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대책은 불가능에 가깝다. 외부로부터의 차단은 용이하지만, 일단 바이러스가 침투하고 나면 순식간에 퍼질 수밖에 없는 게 군부대의 특성이다.

 

핵항모 루즈벨트호의 사례는 코로나19와 같이 세계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바이러스를 통해 상대에게 심각한 전력손실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생물학전이나 생물학테러가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간단한 바이러스만으로도 엄청난 피해를 강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발견’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이나 이란, 혹은 테러집단이 이를 사용하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살테러보다 훨씬 용이하고 파괴력이 큰 공격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누가 전파자인지조차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에 보복도 용이하지 않다.

 

 

생물학전의 새로운 발견

 

생물학전의 위험이 심각해진다면 국방안보의 방향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난 1일 유럽 전문매체 ‘유랙티브(Euractiv)’에 게재된 글에서는 전통적인 국방안보에서 벗어나 기후변화나 감염병과 같은 비군사적 안보위협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시기라고 강조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가안보의 미래를 영원히(forever) 바꾸고 있다’는 기사에서 기후문제가 바이러스 확산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위협에는 국경도 영역도 무의미하다.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러 요인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이 모여 대응책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여기서 초영역적 전략적 협력(cross-sector strategic cooperation)이 요구된다. 더 이상 군대만의 안보로 감당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코로나 사태를 경험하면서 일상적 삶을 위협하는 것이 진정한 안보위협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변화는 불가피하다. 지난달 20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게재된 글에서는 “코로나19가 미국 군대를 영원히(permanently) 달라지게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적이 바이러스를 유포할 경우 전통적 전투방식으로는 싸울 수 없다. 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운 무인 전투체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진단이다.

 

결국 큰 틀에서 본다면,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전통적 군사안보에서 ‘포괄적 인간안보’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안보 패러다임이 변한다고 해서, 군대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거의 모든 나라에서 군대의 인력과 시설, 장비와 시스템이 방역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달 21일 BBC 기사에 의하면 군대는 인력과 의료장비, 물자수송과 질서유지, 그리고 국가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믿음(reassurance)을 국민들에게 심어준다는 것이다.

 

국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이번 사태를 경험하면서 대체적으로 군에 대한 신뢰는 강화됐다. 방역은 기본적으로 정부와 민간의 영역이지만, 군대는 방역시스템의 빈 곳을 효과적으로 메워가면서 국가의 버팀목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어떤 조직이나 기구도 군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감염병 대유행 예측한 미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코로나19와 같은 호흡기질환에 의한 팬데믹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미군에서는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 1일 미국의 시사주간지 ‘네이션’의 특종보도에 의하면 “군에서는 이미 수년 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2017년에 생산된 『Pandemic Influenza and Infectious Disease Response』란 이름의 대외비 문건에는 “가장 가능성이 높고 심각한 위협은 신종 호흡기 질환으로, 특히 신종 인플루엔자 질환”이라고 밝히고 있다. 코로나19가 바로 이러한 신종 호흡기 질환이다. 103쪽에 불과한 이 문건에는 감염병 대유행을 일으키는 것이 무엇이며, 군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을 담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미 여기에서 각종 의료장비와 병상 부족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의료용 마스크와 산소호흡기의 부족을 경고하고 있으며, 이를 구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도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경고를 미 백악관과 의회가 외면했다는 점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의료용품을 비롯한 국가전략자산(NSS)이 고갈되기 시작했으며, 이를 보충하기 위한 예산을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국가안보회의(NSC) 고위관리도 이 문제에 둔감했다. 이미 2018년에 백악관 내부의 담당자가 감염병 대유행이 발생할 것을 경고했고, 2019년에는 미 보건복지부에서 한 달가량의 모의실험을 통해 미국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국가안보, 구조와 운용 혁신해야

 

백악관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전통적 안보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많은 이들이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이번 사태가 잠잠해지더라도 세계는 이전과 같아지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 이전(BC·Before Corna)’과 ‘코로나 이후(AC)’로 나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안보위협의 성격은 점차 탈군사화될 것이지만, 국가의 근간조직으로서 군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 이후의 군대는 어떤 모습을 띠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최근호(4월 6일 자)에 ‘국가안보의 구조와 운용을 혁신해야 한다’는 기사를 게재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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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영 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출처 국방일보